▲ 나승운 교수는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고민하다보면 연구주제는 저절로 떠오른다"고 했다. ⓒ의협신문 이은빈
올해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연구중심병원 10곳 가운데 고려대의료원 산하 2개 병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은 병원계의 이변으로 통했다.

의료원이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대형병원 틈바구니에서 일찌감치 대학 본연의 기능인 연구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써온 사실이 알려진 건 그 이후다.

연구를 특화로 내세운 대학병원에서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리라는 걸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을 터.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정작 본인이 논문 실적 1위인 것도 뒤늦게 알았다는 나승운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를 진료중간 짬을 내 간신히 만났다.

나 교수는 "하다 보니 그렇게 돼 있더라. 더 쓰고 싶은데 물리적인 시간이 도무지 되지 않는다"면서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고민하다보면 연구주제는 저절로 떠오른다"고 했다.

"발표한 연제를 다 논문으로 쓰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어느 날 뚜껑을 열고 보니 제가 고대에서 논문을 가장 많이 쓰는 교수라는 겁니다. 의대뿐만이 아니라 인문계, 이공계 다 합쳐서. 실적 2~3위를 합친 수보다 많단 얘길 듣고 스스로도 놀랐죠."

나 교수가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연제와 포스터는 250~300편 사이. SCI급 논문은 교신저자로 참여한 것을 포함해 50여 편, 초록만 150여 편에 달한다.

그가 쌓은 압도적인 실적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통계 연구원, 간호사 등 전담 연구인력 16명과 동고동락하면서, 매년 그에게 시술을 배우러 병원을 찾는 방문교수들에게도 데이터를 공개해 공동연구로 성과를 낸다고.

주말은 일본, 중국등지와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다. 관상동맥·말초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그의 명성이 입소문을 타고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

유능한 의사에게 환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나 교수는 "오늘도 열 명 넘게 (시술이) 남아있다. 마지막 시술은 내일 아침에야 끝날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찾아온 적도 있다. 시술성적은 전국구가 아닌 세계구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벌써 7년째, 그는 평일 저녁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시술을 마치고 회진을 하고나면 10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 새벽까지 진행 중인 연구논문을 검토하면 그렇게 하루가 지난다.

나 교수는 "개인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숫자나 명성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의료인이라면 이타정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고 있을 뿐"이라며 시술실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욕심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환자에 관심 갖고 애쓰다 보면… 예를 들어 스텐트를 이렇게 놓을까, 저렇게 놓을까 고민하면서 연구가 시작되는 거죠. 그 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면 다른 병원에 있는 환자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고. 환자를 볼 때는 '나 아니면 갈 데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치료합니다."